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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지리/장소와 문화

영국의 석탄 산지 분포와 총선 결과와의 관계

by 디에고가르시아 2021. 12. 3.

https://en.wikipedia.org/wiki/Coal_mining_in_the_United_Kingdom#/media/File:British.coalfields.19th.century.jpg

19세기 영국의 석탄 탄광이 있던 지역을 표기한 지도. 

석탄은 산업혁명에서 가장 중요한 연료 역할을 한 천연자원이었음.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국가가 영국이 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지도에 표기된 대규모 석탄 매장지였음 

 

20세기 중반 이후 산업 및 경제 구조의 변화로 인해 

석탄 생산은 점차 줄어들고 산업이 쇠퇴하였음.

 

하지만 과거 석탄 탄광의 분포는 현재 해당 장소와 지역성을 설명하는 데 의미가 있는데, 그것은 무엇이고, 왜 그럴까?

 

 

 

https://www.reddit.com/r/MapPorn/comments/362n9p/uk_coal_deposits_vs_2015_election_results_1028_x/

UK Coal Deposits V.S. 2015 Election Results

 

왼쪽은 영국 석탄 매장지 지도(글 초반에 제시한 지도와 유사함)

오른쪽은 2015년 영국 총선 결과를 정당별로 다른 색으로 표현한 지도

 

두 지도를 비교하면, 왼쪽에서 석탄 매장지가 오른쪽에서 붉은색 부분과 분포가 유사함을 확인할 수 있음

몇몇 예외(런던과 스코틀랜드 남부의 붉은색)를 빼고는, 나머지 붉은색 부분이 거의 다 석탄 매장지와 일치함

오른쪽 지도에서 붉은색은 노동당(Labour Party)이 선출된 지역임

 

 

https://bigthink.com/strange-maps/carbon-copy-maps-digging-coal-digging-labour/

 

Carbon Copy Maps: Digging Coal, Digging Labour

King coal has been dethroned for decades. Yet he still determines how Brits vote. 

bigthink.com

 

However dead coal-mining might be as an industry, it has left a ghostly imprint on Britain’s political landscape.

쇠퇴한 석탄광업은 비록 산업 분야의 이야기일지라도, 영국의 정치적 경관에 유령과 같은 흔적을 남겼다. 

 

왜 석탄 매장지역, 즉 과거 탄광지역에서는 노동당의 지지도가 높은 것일까?

그냥 단순히 지리적 우연인 것일까, 아니면 석탄 탄광과 노동당 지지도는 인과성이 있을까?

두 지리적 현상의 인과성에 대한 설명을 아래 책에서 확인함

 

 


 

 

 

http://www.yes24.com/Product/Goods/44150995

 

탄소 민주주의 - YES24

“에너지와 민주주의의 관계에 관한 근원적 성찰”왜 20세기 들어서 중동이 세계의 화약고가 됐을까? 왜 신자유주의는 1970년대에 스태그플레이션과 함께 시작됐을까? 미국과 영국이 ‘민주주의

www.yes24.com

  대부분의 에너지가 넓게 분산된 재생 가능 에너지원에서 나오던 시절에는 상당수 인구가 적은 양의 에너지를 생산하고 운반하는 일에 관여했다. 그러나 화석연료를 대규모로 사용하게 된 이후, 특히 1880년대 전기의 출현 이후 산업화된 국가의 대다수 인구는 다른 사람들이 생산한 에너지를 소비하는 에너지 소비자가 되었으며, 대부분의 일은 다른 곳에서 온 에너지로 돌아가는 공정을 관리하고 감독하는 업무가 되었다. 이제는 훨씬 적은 수의 사람들만이 에너지의 생산과 분배에 관한 일을 하게 되었으며,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다루게 되었다.
(...)
  이제 엄청난 양의 에너지가 특별한 목적으로 구축된 네트워크를 따라 흐르게 되었다. 전문화된 노동자 집단이 이러한 네트워크의 종점과 주요 교차점에 배치되어 파쇄기, 승강기, 스위치, 기관차, 에너지 저장물을 네트워크를 따라 나르는 다른 기구들을 작동시켰다. 노동자들의 위치와 집중은 특정 시점에 그들이 새로운 종류의 정치적 힘을 구축할 기회를 제공했다.
  그 정치적 힘은 노동자들이 만든 조직이나 정치 동맹, 또는 그들이 공유하기 시작한 사상에만 기인했던 것이 아니라 석탄 공급을 늦추거나 방해하고 중단할 수 있는 힘을 통해 정치적 주체의 결집을 가능하게 해준 탄소 에너지의 엄청난 양에도 기인했다.
  석탄 광부들은 1880년대와 그 이후의 노동 운동과 정치적 동원을 통해 노동 제도와 고용주의 사적 권력에 문제를 제기하는 데 선도적인 역할을 했다. 1881년에서 1905년 사이 미국 광부들의 파업률은 모든 주요 산업 노동자들의 평균보다 세 배 가량 높았는데, 그 다음으로 파업률이 높았던 담배 산업보다 두 배나 높은 수치였다. 게다가 탄광 파업은 다른 산업보다 오래 지속되었다. 유럽도 비슷했는데, 노동 쟁의의 물결이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반, 그리고 다시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전 세계 탄광을 휩쓸었다.
  광부들의 투쟁 정신은 석탄을 탄층에서 지면으로 운반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상당히 자율적인 작업 공간과 방식에 부분적으로 기인한다. (...) 전통적인 주방식 채굴법에서 일군의 노동자들은 지하 공간의 천장을 지탱하기 위해 자신과 주변 공간 사이에 석탄 기둥이나 벽을 남겨둔 채 탄층의 한 구획에서 작업을 했다. 탄광이 붕괴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어디를 팔지 그리고 벽을 얼마나 남겨둘지는 주로 광산 노동자 스스로 결정했다. 광산의 기계화가 확산되기 전 "관리 감독으로 부터의 자유로웠던 광부들의 노동은 엄격한 통제하에서 질서정연하게 기계를 작동하는 근대적 노동과는 정반대였다." 이 같은 노동 환경에서 형성된 투쟁성은 기계화의 위협, 더 위험한 작업 방식이나 더 긴 노동시간, 더 낮은 임금을 수용하라는 압력에 맞서 이러한 자율성을 지켜내려는 노력이었다. (p.38-40)
(...) 산업화된 서구의 노동자들은 19세기 후반 이전에는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힘을 획득했다. 대규모 산업의 등장으로 사람들은 사회 불안, 물리적 위험, 초과 근무와 궁핍이라는 이례적 상황에 노출됬다. 그러나 산업 공정을 발전시키는 데 필요한 석탄의 집중과 이동은 취약성을 낳았다. 노동자들은 계급 문화, 집단 이데올로기나 정치 조직이라는 약한 유대에서가 아니라 자신들이 캐고 싣고 옮기고 쌓고 기계를 돌리는 대량의 고농도 탄소 에너지가 늘어남에 따라 점점 더 함께 연결되기 시작했다. 파업과 태업, 기타 다양한 운동 방식의 조직화된 행동은 탄광, 철도, 발전소, 그리고 그 곳의 노동자들로 이루어진 새로운 형태의 집합적 역량이라는 결정적인 정치 기구를 창출했다. 단순한 사회 운동 이상으로 이러한 사회-기술적 주체(socio-technical agency)는 산업 사회에서 삶의 불안정성을 크게 개선하는 일련의 민주적 요구들을 점진적으로 실현했다. (p.48-49)

 

한마디로 정리하면 

석탄 탄광에서의 채굴 과정의 본질적 특성으로 인해 특유의 노동 행위가 발생하고,

이는 노동자들의 자율성과 민주의식을 키워줬다는 의미임.

 

이러한 현상은 19세기 후반-20세기 전반 서구 여러 석탄 탄광 지역에서 발생했고

이러한 노동운동의 조직화와 진보적 정치운동은 

현재 영국에서 석탄 탄광지역을 중심으로 노동당의 지지도가 높은것과도 연결이 될수 있음

 

(위 책에서는 석탄, 석유, 재생에너지 등 각 에너지의 사용 양식의 변화가 민주주의와 어떻게 연결될지를 논함)

 

 


 

 

 

https://geographical.co.uk/geopolitics/geopolitics/item/3557-ukge2019?fbclid=IwAR0vGkJUgik3XhyaokqOFAYfyzakMcVhfcD5XKdyV2c4V8d3sNTwS0CGt7E 

 

Mapping the 2019 UK General Election - Geographical Magazine

If the 2016 vote for Brexit was described as a political earthquake in the UK, then the 2019 general election is the equivalent to the tsunami that followed

geographical.co.uk

 

 


2016년 브렉시트가 정치적 '지진'이라면, 2019년 총선은 그것에 뒤따르는 '쓰나미'로 볼 수 있다. 

 

2019년 영국 총선 결과 지도를 살펴봐도, 영국에서 노동당은 다른 지역으로의 확장세가 위축되어

마치 과거 석탄 탄광 지역만 겨우 사수하고 있는 것으로 보임

 

하지만 이는 전통적인 행정구역도(Geographic view, 왼쪽 지도)에 선거 결과를 표기한 것에 따른 것임

카토그램(cartogram)으로 보면 더 많은 것이 보일 수 있음

 

각 의회 선거구를 하나의 육각형으로 표현한 지도(Constituency view, 가운데 지도)로 보면,

노동당의 지지율이 왼쪽 지도에 비해 더 높아보임을 확인할 수 있음

또 지역의 인구에 따라 크기가 조정되는 인구 지도(Population view, 오른쪽 지도)도 있음

이런 지도들을 보면, 노동당 지지율이 높은 붉은 색의 지역들이 주로 인구가 밀집된 도시 지역이어서

왼쪽 지도로 보면 저평가될수밖에 없고, 가운데 및 오른쪽 지도로 보아야 보완이 가능함을 알 수 있음

 

 

최근에는 우리나라 선거에서도 이러한 카토그램을 종종 볼 수 있음

하지만 왼쪽 지도가 틀렸고 가운데 및 오른쪽 지도가 옳다는 것은 아님

익숙하지 않은 영국 버전으로 비교해 보니, 가운데 및 오른쪽 지도는 지리적 형상이 깨진다는 단점이 보임

'어디가 어디인지'를 바로 확인하기는 힘들어서, 왼쪽 지도와 보완적으로 보아야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