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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지리/지도학과 GIS

헝가리 국빈방문에서 받은 고지도 고찰

by 디에고가르시아 2021. 11. 6.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헝가리를 국빈방문 중인데, 11월 3일 헝가리 국립국가기록원에서 '소동해'가 표기된 1730년판 희귀 고지도를 선물받았다고 함

https://www1.president.go.kr/articles/11420

 

헝가리 신부가 100년 전 조선에서 내다본 미래는 한국의 현실이 되었습니다 > 대한민국 청와대

나라를 나라답게, 국민과 함께 갑니다.

www1.president.go.kr

 

또한 이날 헝가리 국가기록원은 한반도 동쪽바다를 ‘소동해(小東海, MARE ORIENTALE MINVS)’로 표기한 고지도를 김정숙 여사에게 전달했습니다. 1730년 제작된 이 지도는 조선의 국호를 ‘CAOLI KUO, COREA, CHAO SIEN’로 표기하고 있어 18세기 유럽에서도 한반도 동쪽바다를 ‘동해’로 인식하고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이 고지도는 1789년 판이 가장 많이 존재하는데, 헝가리가 소장해온 지도는 1730년판 초기 희귀본이라고 양국 국가기록원은 설명했습니다.

 

궁금증 몇가지

1. 프랑스, 영국, 네덜란드, 독일이 제작한 지도에 대해서는 많이 들어봤는데... 헝가리 지도는 들어본 적이 없음. 알고보니 헝가리가 지도제작 강국일지, 아니면 타국에서 제작한 지도를 헝가리에서 입수한 것일지..

2. 동해가 표기되어 있어서 반가우면서도... 그냥 동해가 아니라 '소'동해는 뭐임? 큰 의미가 없는 표현인지, 아니면 다른 의미가 담긴건지...

3. 1789년판이 많고 1730년판 희귀본이라고 하는데... 두 해는 시간적 갭이 너무 크지 않나 싶음. 연도가 오타가 아닐지?

 

 

 


 

 

 

해당 지도에 대해서 살펴보고, 지도제작의 배경과 의미 등을 더 알아보고자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의 페이스북에 올라온 지도 사진을 살펴봄. 

 

 

탁 의전비서관이 올린 지도사진 첫번째를 보니... 동해 표기 지도라고 해서 우리나라만 그린 지도는 아니고

우리나라는 물론, 중국, 러시아 등 유라시아 대륙의 동부~중부~북서부 등을 포괄하는 지도임

아시아 지도라고 하기엔, 동남아시아는 보이지 않고... 남아시아, 서아시아는 왼쪽 아래에 부분적으로만 보임

북서부의 붉은색으로 표시된 지역은 러시아제국 중심지역으로,

모스크바 일대를 중심으로 동쪽은 대략 우랄산맥, 남쪽으로는 카스피해 부근까지 세력이 확대되어 있음

물론 우랄산맥 이동으로도 러시아는 모피 무역을 목적으로 이미 1600년대에 진출했었음.

하지만 영토의 실효적 지배까지는 하지 않아서 색칠은 붉은색으로 하진 않은듯

러시아의 서쪽 경계를 보니 에스토니아는 영토에 들어가 있고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쪽은 배제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1721년~1783년 사이의 지도일 것으로 보임. 아래 위키백과 러시아 영토팽창 지도 참고함

https://upload.wikimedia.org/wikipedia/commons/4/4a/Territorial_Expansion_of_Russia.svg

 

 


 

 

 

탁 의전비서관이 올린 지도사진 두번째... 지도 좌하단의 주기를 보니

아직 18세기이다보니 지도와 같은 있어보이는 공식문서는 다 라틴어로 쓰여 있음.

그래서 검색하기가 어렵지만, 우리에게는 구글번역기가 있음

아마 지도제목인 것으로 추정되는, 상단의 "imperii russici et tatariae universae" 를 번역기에 쳐 보니

아마도 "러시아 제국과 타타르 세계" 라는 제목인 듯함

'타타르'는 특정 민족명칭은 아니고, 중앙아시아~시베리아 일대의 튀르크계 사람들을 포괄적으로 일컫는 표현

그리고 주기 주변의 삽화도 인상적인데, 왼쪽의 사냥꾼들과 위의 사슴, 아래의 담비와 비버가 보임

당시 러시아와 유럽인들이 이곳 타타르, 시베리아 지역을 모피 생산지로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짐

 

한편 지도 명칭을 구글 검색기에 쳐 보니, 유사한 지도들이 대거 등장함

 

 

 

그 중 첫번째에 뜨는 고지도 전문 판매 사이트 'raremaps'를 들어가보니...

https://www.raremaps.com/gallery/detail/52209/imperii-russici-et-tatariae-universae-tam-majoris-et-asiatic-homann-heirs-haas

 

Imperii Russici et Tatariae Universae tam majoris et Asiaticae quam minoris et Europae Tabula . . . 1739

Detailed map of the Asian part of the Russian Empire, from the Caspian Sea and Bergen Island to Japan and the Pacific. The present example includes the portrait of Anna Ioannovna, who was regent of the duchy of Courland from 1711 until 1730 and then ruled

www.raremaps.com

Homann Heirs / Johann Matthaus Haas
Imperii Russici et Tatariae Universae tam majoris et Asiaticae quam minoris et Europae Tabula . . . 1739
Publication Place / DateNuremberg / 1739 circa

 

지도 주기의 ioh mathiae hasii는 위 사이트의 Johann Matthaus Haas랑 같은 사람이군...

Homann Heirs / Johann Matthaus Haas가 같이 만든 지도인듯 하고, 

청와대에서 말한 1789년은 1739년의 오타라는게 확인됨

그리고 지도제작처는 독일의 'Nuremberg(뉘른베르크)'.. 독일에서 제작한 지도임!!

(헝가리가 그럼 그렇지! 는 아니고... 당시 지도제작을 더 잘하던 국가에서 우수한 지도가 많이 제작되는건 당연한 것임)

 

지도 아래의 Homann Heirs(호만 상속인) 에 대한 설명을 번역기로 돌려보니, 독일의 지도제작 장인들의 가족기업임

Homann Heirs는 18세기 내내 유럽 지도 시장에서 주요 위치를 누렸던 독일 출판사입니다. Johann Baptist Homann이 1702년에 설립한 이 사업은 1724년 요한이 사망하자 그의 아들인 Christoph에게 넘어갔습니다. Christoph는 1730년에 27세의 나이로 사망했으며 이후 Homann 상속인들이 회사를 상속받았습니다. 이것은 Homann Erben 또는 Homann 상속인으로 알려진 회사의 이름을 변경했습니다. 회사는 1848년까지 사업을 계속했습니다.

 

 

다른 고지도 사이트인 'geographicus'에서 해당 지도에 대한 상세한 해설을 발견함

"Hase and Homann Heirs Map of Russia and Asia"(1739) 지도

https://www.geographicus.com/P/AntiqueMap/imperiirussici-homannheirs-1739

 

1739 Hase and Homann Heirs Map of Russia and Asia

Rare Map for Sale: 1739 Hase and Homann Heirs Map of Russia and Asia at Geographicus Rare Antique Maps

www.geographicus.com

ctrl+c,v가 안되는 사이트라 지도 및 저자 해설을 긁어올수는 없지만... 번역기를 돌려서 읽어보니

노바야젬랴 섬의 남단, 사할린의 서단에 대한 탐험이 아직 안되어서 육지와 붙어있는 것으로 묘사한 점을 주목함

그리고 이러한 최신 지리정보들은 주로 네덜란드에서 수집한 정보들을 반영한 것이고

독일의 수학자 및 지리학자 Hase와 지도제작자 Homann 가문에 대한 설명도 하단에 나옴

 

 

 

그리고 1730년판 지도도 찾아냄

https://www.raremaps.com/gallery/detail/11279/imperii-russici-et-tartariae-universae-homann-heirs-haas

 

Imperii Russici et Tartariae Universae . . .

Detailed map of Asian & European Russia, along with most of China, Japan and Korea, extending south to Tibet and the Himalayas. Highly detailed map, based upon the work of Haasius, an important mathematician of the period.

www.raremaps.com

청와대에서 받은 지도랑 살짝 달라보이지만, 전반적인 지도 윤곽이나 표현은 거의 같은 것으로 보임

지도 설명을 번역기로 돌려보니

중국, 일본, 한국 대부분과 함께 남쪽으로 티베트와 히말라야까지 뻗어 있는 아시아 및 유럽 러시아의 상세한 지도. 
당대의 중요한 수학자 Haasius의 작업을 기반으로 한 매우 상세한 지도.

지도 주기에 라틴어로 표기된 이름인 Hassius(Johann Matthaus Haas)는 수학자이군..

복잡한 지도투영을 수행해내기 위해서 수리적 역량이 중요했고, 이 시기의 지도학자들은 수학자였음.

물론 지금도 지도학의 이해에 수학이 필요한건 여전하고...

 

 

 

정리하면

네덜란드 탐험가들이 수집한 지리정보들을 토대로

독일 수학/지리학자와 지도제작자가 협업해서 뉘른베르크에서 간행한

1730~1739년경의 러시아~타타르 지도

이것을 헝가리에서 구매해서 보관하고 있던걸 우리가 받은것임

 

 

 


 

 

 

그럼 이제 탁 의전비서관이 올린 지도사진 세번째, 우리나라 확대 부분과 동해 표기를 살펴보면

왜 '동해'가 아니라 '소동해'일까? 궁금..

 

동해 지명 표기에 대한 연구서적 한권을 살펴보면

http://www.yes24.com/Product/Goods/69235110

 

불편한 동해와 일본해 - YES24

그동안 지리와 역사를 연구하던 저자가 동해와 일본해 명칭에 관심을 가지면서 일본, 프랑스, 네덜란드 등 국내외의 고서점과 도서관 등을 방문하여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고찰한 연구 결과물

www.yes24.com

지도 제작자들은 지도의 동해 해역에 "유럽인들에게는 알려져 있지 않으나, 타타르 사람들이 동양(Orientale)이라 부르는 바다"로 표기했다. 여기에서 동양은 동아시아인들이 보편적으로 부르는 동쪽 바다라는 의미로 사용되던 것이다.(p.167)

오스트리아의 대표적 지도제작자 호만(Homann) 가문에서 근무했던 구서펠트는 1786년에 러시아와 타타르지도를 간행했다. 그는 이 지도에서 동해 해역을 소동양해(KLEINE OORIENTALISCHE MEER), 그리고 현재의 동중국해에서 일본열도 동북측 바다에 걸쳐 대동양해(GROSSE ORIENTALISCHE MEER)로 표기했다. 18세기 후반까지 독일의 고지도에는 작다는 의미의 형용사 MINUS와 KLEINE를 동해와 동양해 앞에 붙여 사용하기도 했는데, 이 지도는 그 영향으로 보인다. 당시 독일의 지도 제작자들은 동해 해역을 작은 동해, 그리고 현재의 동중국해를 큰 동해로 인식하기도 했다. (p.169)

 

https://www.raremaps.com/gallery/detail/52209/imperii-russici-et-tatariae-universae-tam-majoris-et-asiatic-homann-heirs-haas

'raremaps' 사이트의 1739년판 지도가 확대가 가능해서 살펴보니,

동중국해는 tonghai mare, 동해는 mare orientale minvs라고 되어 있음

동아시아에 대한 지리정보가 불명확하던 시절에 유럽 지도제작자들은

동쪽으로 가면 대략 '동양해'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구체적인 해역 명칭을 사용하지 않았는데

동아시아에 대한 탐험이 이어지고(주로 네덜란드인들의 탐험과 지리정보 수집)

알고보니 동중국해랑 동해가 분리되어 있었다는 점을 알게됨

그래서 더 큰 바다를 '동해', 더 작은 곳을 '소동해' 또는 '소동양해'로 표기한것임

이것이 1700년대 독일 지도제작자들의 관행이었다고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