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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지리/지도학과 GIS

알 이드리시의 세계지도에 대한 탐구

by 디에고가르시아 2022. 1. 13.

 

고등학교 세계지리 교육과정에서 나오는 '알 이드리시의 세계지도' 

1154년 무슬림 지리학자 알 이드리시에 의해 제작되었고, 이슬람교 세계관을 담고 있음. 

지도의 중앙이 성지인 메카, 지도의 위쪽이 남쪽을 향하는 점이 특징으로 거론됨

 

https://en.wikipedia.org/wiki/Muhammad_al-Idrisi#/media/File:Al-Idrisi's_world_map.JPG

 

 

보통 고등학교 세계지리 교육과정에서는 아래와 같이 나옴

유사한 시기의 크리스트교 세계관을 담고 있는 'TO지도'와 대조하면서

이슬람교 세계관이 반영된 것을 중심으로 특징을 설명함

 

EBS 2022학년도 수능대비 수능특강 세계지리 p.8

 

위 교육과정 상의 내용은 '중세의 세계지도'라는 제목에 따라

같은 시기의 크리스트교vs이슬람교 대비 구도를 하나의 지도로 매칭시키면서 기존 세계사 지식과도 동화되기 쉬움

 

하지만 이러한 교육과정 내용이 학교 수업 및 평가 상황에서 종종 오해가 생기기도 함

아무래도 이 지도에 대해 더 깊이있는 사회사적 배경을 다루지는 않기 때문에 그런듯 함

3가지 이슈를 가지고 알 이드리시 세계지도에 대해서 더 탐구해보고자 함

 

1. '알 이드리시의 세계지도'는 하나인가?

2. '알 이드리시 세계지도'는 이슬람교 세계관이 반영되었나?

3. '알 이드리시 세계지도'는 지구구체설이 반영되었나?

 

 


 

 

1. '알 이드리시의 세계지도'는 하나인가?

 

우리는 '알 이드리시의 세계지도'라고 하면, 당연히 글 서두에 첨부한, 한 장짜리 원형 세계지도를 거론함

하지만 무슬림 지리학자 알 이드리시는 일생 동안 단 하나의 세계지도만 제작한 것은 아님

 

아래 책은 고지도 분야에서 딱 한권만 추천할 수 있다면 추천하고싶은 책인

제리 브로턴의 <욕망하는 지도>. 이 책에서 선정한 12개의 지도 중 알 이드리시의 세계지도가 있음

 

http://www.yes24.com/Product/Goods/12192777

 

욕망하는 지도 - YES24

영국 퀸메리대학교 교수인 역사학자 제리 브로턴이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세계지도 12개를 중심으로 지도에 숨겨진 당대 제작자와 사용자의 욕망을 파헤치며 인류의 세계관을 풀어낸 역사서

www.yes24.com

루지에로의 죽음은 한 시대의 마감을 뜻했다. 1154년 그가 묻힐 때, 조문객 중에서 그의 죽음을 가장 슬퍼한 사람은 그의 절친한 지인인 아부 아브드알라 무함마드 (...) 흔히 알샤리프 알이드리시로 알려진 인물이다. 알이드리시는 루지에로가 죽기 몇주 전에 방대한 지리학 개론을 완성했다. 루지에로가 1140년대 초에 작업을 의뢰한 이래로 10여 년에 걸친 노력 끝에 탄생한 책이다. 이 책은 기지 세계를 포괄적으로 요약하고, 전 세계 70곳의 지역지도와 더불어 작지만 멋진 세계지도 한 점을 실었다. (p.98)

 

알 이드리시가 제작한 <로제르(루지에로)의 책> (욕망하는 지도에서는 부제를 축약하여 <유희>)이라는 지리학 책에는 

'전 세계 70곳의 지역지도'랑 '작지만 멋진 세계지도 한 점' 이라는 두 종류의 지도가 수록되어 있음

 

여기서 후자의 '작지만 멋진 세계지도 한 점'이

바로 글 서두에 첨부한, 그리고 고등학교 세계지리 교과서에서 언급한 지도임

그리고 전자의 '전 세계 70곳의 지역지도'는 고등학교 세계지리 교과서에서 언급하지 않는데

아래 지도가 바로 그것임

 

https://www.nationalgeographic.org/encyclopedia/al-idrisi/

바로 이 지도인데... 

이 지도는 원래는 70장이 각각의 세부 지역의 상세한 지리정보를 담고 있는 지도이고

<로제르의 책>에서는 각 지역 별로 상세한 인문지리를 서술하고 있음

이 세부 지도들을 가로 10칸, 세로 7칸의 격자 형태로 70개를 모두 이어붙인 것이 위 지도임

 

비유하면, 마치 '대동여지도'와 '대동여지전도'의 관계와 유사함...

'대동여지전도'는 한 장짜리 소략한 전국지도이고

'대동여지도'는 지역별 작은 지도이고 이를 이어붙이면 거대한 전국지도가 됨 

 

70개의 지역지도를 이어붙이면 당시 알고있는 세계를 대부분 표현하고 있기 때문에

한장짜리 작은 세계지도가 아니라 이 이어붙인 지도를 '알 이드리시의 세계지도'로 언급하는 책이나 사이트도 많음

위의 내셔널지오그래픽 사이트도 그러하고

 

http://www.yes24.com/Product/Goods/23991719

 

세상의 모든 지도 the MAP - YES24

전 세계의 아름다운 지도를 총 망라한 세상의 모든 지도 [더 맵]지도는 고대부터 현재까지 인류의 집착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유산이다. 아즈텍 문명은 그림과 지도를 통해 지형과 문화사를 묘

www.yes24.com

http://www.yes24.com/Product/Goods/104227876

 

지도의 역사 - YES24

지도 속에는 어떤 역사가 담겨 있을까?지구의 시각적 역사를 창조하는 지도 제작자의 매력적인 여정지금까지 알려진 최초의 세계지도부터 역사적으로 중요한 주제도의 원본들과 항공사진까지,

www.yes24.com

 

위 두 지도학사를 포괄하여 주요 세계지도를 소개하는 책에서

'알 이드리시의 세계지도'에서 원형 세계지도 1장이 아닌, 70개의 지역지도 이어붙인 세계지도 하나만 단독으로 제시함

 

심지어 알 이드리시의 고향으로 여겨지는 모로코의 세우타에 가면 알 이드리시 동상이 있는데

그 동상에서 들고 있는 지도도 원형 세계지도가 아닌, 70장 지역지도 이어붙인 것으로 제시하고 있음

 

https://www.jassa.org/?p=8678

https://goo.gl/maps/nN39KSgPTDYAxYhN9

 

Estatua de Al Idrisi · Plaza de Al Idrisi, 스페인

★★★☆☆ · 조각

www.google.co.kr

 

 

개인적으로는 '알 이드리시의 세계지도'라고 물었을 때는

한 장으로 간략히 세계를 보여주는 원형 지도를 의미하는게 옳다고 생각함

<욕망하는 지도>에서도 알 이드리시는 "70장의 지역지도를 이어붙이면 세계지도가 된다"는걸

의도한 적이 없다고 언급하기도 함. 제리 브로턴은 알 이드리시에게 그런 세계관 자체가 없었을거라고 추론함

일곱 개의 종적 기후대로 나누었지만 (...) 그의 가장 대담한 혁신은 각 기후대를 다시 열 개로 나눈 것인데, 이를 모두 합하면 일흔 개의 직사각형 영역으로 구성된 세계가 탄생한다. 하지만 알이드리시는 여러 장의 지도를 실제로 이어 붙이는 방식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렇게 되면 지도가 너무 커서 행사에도 써먹을 수 없었다. 하지만 전 세계 지리를 묘사하는 새로운 방법인 것만은 분명했다. (p.124)

 

하지만 꽤 많은 책, 사이트에서 70장의 지역지도 이어붙인 것을 '세계지도'로 언급하는 이상,  

알 이드리시의 세계지도를 시험문제로 출제할 때는 혼동을 방지하기 위해

원형 세계지도를 자료로 제시 후 분석하는 형태로 출제를 하는게 안전할 듯 사료됨

 

 

 


 

 

2. '알 이드리시 세계지도'는 이슬람교 세계관이 반영되었나?

 

위 수능특강 자료에 나오듯이, 알 이드리시 세계지도는 지도의 중앙에 메카가 위치하고,

지도의 위쪽이 남쪽인 부분에서 이슬람교 세계관이 반영되었다고 추론할 수 있음.

 

하지만 조금 석연치 않은 부분이 하나 있는데,

지도에서 시각적으로 이슬람교 관련 상징을 강조하지 않았다는 점임

지도의 중앙에 예루살렘을 큰 기호로 표시한 TO 지도와 대조적으로,

알 이드리시 세계지도는 메카가 큰 기호로 강조되지 않음. 이외의 이슬람교 관련 지명이나 기호도 딱히 없음

물론 위치상으로 메카가 가운데쯤에 위치하고, 지도의 위쪽이 남쪽이기는 하지만... 

아라비아반도의 사다리꼴 모양으로, 메카가 대략 가운데 있을거라고 추론할 뿐임.

 

메카의 위치는 대략 저 빨간점 쯤? 원본에서 수정

<욕망하는 지도>에서는 지도의 목적, 욕망, 사회사적 의미와 관련한 12개의 키워드를 꼽고

이를 대표하는 동서양의 세계지도 중 하나씩을 꼽고 있음

그 키워드는 과학, 교류, 신앙, 제국, 발견, 경계, 관용, 돈, 국가, 지정학, 평등, 정보 이렇게 됨

그런데 여기서 알 이드리시 세계지도는 '교류'임 (왠지 '신앙'이라는 키워드에 속할 것만 같지만)

이슬람교 하면 자기 교리에만 충실하고, 폐쇄적으로 자기 것만 알거 같고 그렇지 않나? 교류라니?

하지만 알 이드리시의 삶의 궤적, 당대의 역사지리적 맥락을 어느정도 이해해야 함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Europe_en_1150.pdf

알 이드리시가 책과 지도를 제작한 시기 즈음인, 1150년경 유럽 지도인데(위키백과)

초록색이 노르만족의 영역임. 바이킹의 후손으로, 당시 북서유럽의 프랑스-영국의 넓은 영역을 차지하던 강력한 민족임

게다가 이 당시 노르만족은 이탈리아 남부와 시칠리아 지중해 일대까지 진출해 있었음

빨간색 동그라미 친 곳이 노르만족 시칠리아 국가의 수도인 팔레르모임.

 

그리고 북아프리카의 회색 부분은 무슬림 왕조 영역인데,
지브롤터 해협을 건너 이베리아 반도 남부까지 점령하고 있었음

무슬림은 7세기부터 14세기까지 이베리아 반도를 오랫동안 지배했었고

무슬림 점령기의 이베리아 반도를 '알 안달루스(Al-Andalus)'라고도 부름

지도의 왼쪽 빨간색 동그라미 친 두 곳은

알 이드리시가 태어난 세우타, 교육받고 자라온 코르도바 두 도시임

특히 코르도바는 알 안달루스의 문화적 중심도시로서 기능하고 있었음

 

https://ko.wikipedia.org/wiki/%EC%95%8C%EC%95%88%EB%8B%AC%EB%A3%A8%EC%8A%A4

 

알안달루스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알만조르 최전성기인 1000년 경 당시의 알안달루스와 기독교 왕국들 알 안달루스(Al-Andalus)는 오늘날 이베리아 반도를 차지했던 중세 무슬림 세력들을 일컬는다. 이 지역 이름은 711년부터 1492년

ko.wikipedia.org

https://ko.wikipedia.org/wiki/%EC%BD%94%EB%A5%B4%EB%8F%84%EB%B0%94_(%EC%8A%A4%ED%8E%98%EC%9D%B8) 

 

코르도바 (스페인)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코르도바 시(스페인어: Córdoba, 아랍어: قرطبة)는 스페인의 시로서 코르도바도의 주도이다. 과달키비르 강을 끼고 있으며 고대 로마 시대 때부터 도시가 형성됐다. 2018년 기준 인구는 325,708명이

ko.wikipedia.org

 

 

알 이드리시는 알 안달루스에서 주로 살아온 무슬림임.

알 이드리시는 코르도바에 살다가 이탈리아의 시칠리아 섬 팔레르모로 이주하여

기독교 노르만 왕인 로제르 2세의 명을 받아 지리학 책과 지도를 제작함

 

그리고 당시 알 안달루스 및 시칠리아 섬은 '콘비벤시아(convivencia)'로 일컬어지는 곳이었음

기독교, 이슬람교, 유대교 등 다양한 종교가 평화롭게 공존하는 곳이라는 의미임

특정 종교의 성향을 강하게 지지하는 분위기, 그리고 종교 간 대립이 적은 지역임

<욕망하는 지도>의 일부를 보면...

노르만족은 군사 정복을 할 때마다 정복 지역의 문화를 흡수했다. 1072년, 루지에로의 큰아버지 로베르 기스카르가 팔레르모를 장악하면서 100여 년에 걸친 아랍인의 시칠리아 통치가 막을 내렸다. 시칠리아는 아랍인이 통치하기 전에 처음에는 그리스인이, 다음에는 로마인이, 그리고 마지막으로 비잔티움인이 통치했다. 노르만족은 지중해 주변 섬을 통틀어 문화가 가장 다양하고 전략적으로도 요충지인 시칠리아의 통치권을 유산으로 물려받은 셈이다. 루지에로 2세는 1130년에 왕위에 오르면서 무슬림과 유대인에게 정치적 편의를 제공하고 종교적 관용을 베푸는 정책을 추진했고, 그 덕에 시칠리아는 중세 세계에서 가장 조직적이고 문화적 역동성이 넘치는 왕국으로 빠르게 기반을 잡았다. (p.98)

 

https://en.wikipedia.org/wiki/Palazzo_dei_Normanni

 

Palazzo dei Normanni - Wikipedia

Palace in Palermo, Italy The Palazzo dei Normanni (Norman Palace) or Royal Palace of Palermo is a palace in Palermo, Italy. It was the seat of the Kings of Sicily with the Hauteville dynasty and served afterwards as the main seat of power for the subsequen

en.wikipedia.org

Arab-Norman-Byzantine style 건축양식으로 불리는, 팔레르모의 '노르만 왕궁'. 

시칠리아의 역사지리를 반영하여, 다양한 문화적 요소가 혼합된 것이 특징임

 

 

이렇게 시칠리아의 노르만 왕조의 다양한 문화가 교류하는 관용적인 분위기에서

알 이드리시는 자신이 무슬림임에도 이슬람교 세계관만을 강조하지 않는 지리학 책 및 지도를 제작함

앞서 언급한 부분에서(원형 세계지도의 중앙 메카, 위쪽 남쪽) 이슬람교 세계관이 드러나는 것은 사실임

하지만 그의 책 여러 부분에서 중립적이고 여러 종교를 아우르고자 했다는 해석이 옳음

역시 <욕망하는 지도>를 살펴보면... 알 이드리시 책 곳곳에서 다양한 종교와 문화가 교류하는 것을 강조하고 있음

그러나 알이드리시의 책에서 예루살렘을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지리학에 대한 다각적 관점이 미묘하게 나타나기 시작한다. 그는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의 신학이 뒤엉킨 예루살렘의 역사를 연대순으로 정리하면서, 그리스도를 거듭 "주 메시아"로 언급하고 탄생부터 십자가형을 당하기까지의 그의 생애를 지리적으로 묘사한다. (...) 알이드리시의 경력이 그렇듯, 이 설명에서도 특정 종교가 두드러지지 않는다. 알이드리시는 <유희> 곳곳에서 자신을 무슬림이라 밝혔지만, 다양한 지적 전통이나 종교 전통 가운데 어느 하나를 두드러지게 내세우는 데는 관심이 없었던 듯하다. (...) 더 기본적인 차원에서 보면 <유희>에서는 프톨레마이오스의 기하학도, 발히 학교 지도 제작에 나타난 종교적 지리학도 우선시되지 않는다. (...) 여러 문화의 물건과 생각과 믿음을 교류하고 전파했으며 알이드리시의 <유희>의 산실인 콘비벤시아 정신. 자랑스레 떠들던 이 콘비벤시아 정신은 일시적 현상이었다. (p.129-130)

사람 사는 세계를 지역 별로 지도에 담은 그의 방법은 전근대 세계에서 비수학적 방법으로 만든 지도의 훌륭한 본보기이며, 기독교인과 무슬림의 교류뿐 아니라 그리스인과 유대인의 교류의 산물이다. 오늘날의 시선으로 보면 객관적으로 보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당시 지도에는 흔했던 종교적 색채를 거의 배제하고 공간을 일정하게 지도에 옮겨 일종의 사실주의를 추구했다. 알이드리시의 지역지도에서, 그리고 사람 사는 세계의 마을, 도시, 공동체, 교역로, 두 지점 사이의 거리 묘사에서 기독교와 이슬람의 지도 제작 요소를 통합하려는 시도가 나타나지만, 그는 종교가 주장하는 우주 생성론도, 특정 종교의 전 세계적인 주권 주장도 지지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 그는 일흔 개의 지역지도를 통합해 하나의 지구 형상을 만들려 하지 않았다. 그러한 형상은 불가피하게 특정한 종교적 신념에 기초해 창조에 대한 질문을 던지기 때문이다. (p.135)

 

정리하면, 알 이드리시의 원형 세계지도를 자료로 제시 후 분석하는 형태로

문제 출제를 하는게 안전할 듯 사료됨

원형 세계지도를 보고 '이슬람교 세계관이 잘 드러난다'고 하는건 시각적으로 확인가능하나

자료제시 없이 '알 이드리시는 이슬람교 세계관이 잘 드러나는 지도를 제작했다'고만 선지를 구성하면

노르만 왕조의 콘비벤시아 아래 다양한 종교를 아우르면서 중립적으로 지리학을 연구한 점과 배치됨

그래서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사료됨...

 

 

 


 

 

 

3. '알 이드리시 세계지도'는 지구구체설이 반영되었나?

 

항간에는 알 이드리시 세계지도에는 경위선이 표현되어 있고,

이에 알 이드리시가 지구구체설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되기도 함

아래 지도의 빨간색 선과 같이, 위선처럼 보이는 호가 8개 표현된 부분에서 그렇게 느낄 수 있음

게다가 지도 자체도 원형이어서, 지구구체설을 의도한 것은 아닌지 오해가 있을법함

어떤 책에서는 위선이 호 형태기에, 이 지도가 원추도법으로 그려진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함

지도 아래쪽(북쪽)에서부터 적도 언저리까지 1~7개의 기후대 표현됨
https://www.eye4software.com/products/coordinatecalculator/projections/lambert-conformal-conic-projection/

 

 

물론 알 이드리시 시대의 이슬람 지리학은 지구구체설을 알고 있었음

프톨레마이오스 지리학으로 대표되는, 고대 그리스의 수학적, 과학적 지리학을 계승함

 

하지만 알 이드리시가 수학적, 과학적 지리학을 연구하여,

지구의 체계를 이해하고 이를 지도화하면서 지리학 책을 썼다는 공식적인 증거는 없음

특히 알 이드리시의 세계지도에서 이를 시각적 증거로서 발견하기는 어려움

 

우선 위에서 언급한 알 이드리시 세계지도의 북반구 위도 방향의 호가 그려진 부분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제안한 7개의 기후대를 표현한 것임

아리스토텔레스는 위도에 따라 적도부터 극지방까지 점점 기후가 달라진다고 보고

기후대가 위도대 모양으로 대상(帶狀)으로 분포하는 것을 제안함.

알 이드리시가 이를 받아들이긴 했지만, 

실제로 위도 몇도까지 하나의 기후대인지 등 계량적으로 분석하여 표현하진 않았음.

 

어떤 학자들은 아래 사이트와 같이, 알 이드리시 세계지도가 원추도법으로 그려졌을 거라고 가정하고

알 이드리시 세계지도를 계량적인 지도투영법 틀 내에 편입하고자 시도하기도 함

물론 현대 계량적 지도학 틀로 고지도를 바라보면서 고지도의 의미를 하나 더 추론하는것도 의미는 있지만...

실제로 "고지도가 과학적이다"고 말하는 것은 논리적 비약임

https://www.cartographyunchained.com/cgid3/

 

Al-Idrisi; The Book of Roger ‘Orphan’ Circular World Map – Cartography Unchained

SYNOPSIS The last paragraph of the prologue to “The Book of Roger” sets down specifically that there will be 70 tableaux or maps accompanying the text. It does not mention that a “World Map”, circular or otherwise should accompany the text even tho

www.cartographyunchained.com

 

 

 

제리 브로턴의 <욕망하는 지도>에서도 아래와 같이

알 이드리시가 프톨레마이오스의 과학적인 지도학 체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고(않았다고) 분석했음

알이드리시는 천문학과 우주형상학에 전문 지식이 없는 사람답게 지구의 기원을 묘사하는 데 시간을 허비하지 않았다. 지구는 둥글고 둘레는 3만 7,000킬로미터로 추정되며, "마치 달걀노른자처럼 우주에서 안정된 상태"로 존재한다는 정도만 언급했을 뿐이다. (p.123)

더 기본적인 차원에서 보면 <유희>에서는 프톨레마이오스의 기하학도, 발히 학교 지도 제작에 나타난 종교적 지리학도 우선시되지 않는다. 알이드리시의 지도에는 축척이나 일정한 거리 측정이 나타나지 않는다. (p.130)

 

 

 

2021학년도 수능대비 수능특강 p.14

알 이드리시 세계지도에 8개의 선이 있고, 그것이 기후대 구분 (위선)을 의미한다는 내용을 담은 문항임

문제상에는 지구구체설을 직접 의미하는 내용은 없으나

이 문제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기후대 구분->경위선 이해->지구구체설

이렇게 논리를 전개하는 해설이 종종 있었음

하지만 앞서 얘기했듯이, 이는 단순 구분선일 뿐, 실제 특정 위선 중 하나를 선정한 것이 아님

 

 

 

정리하면...

알 이드리시 세계지도에 시각적으로 보이는 호는 원추도법의 직접적 증거는 아님

같은 시절 이슬람 지리학은 프톨레마이오스 지리학을 이해하고는 있었으나

알 이드리시가 이를 제대로 이해하고 지도화했다는 시각적인 증거는 없음